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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LA 여행의 목적은 친구를 만나기 위함도 있었지만 사실 한국음식투어가 나의 가장 큰 이유였다. 물론 시카고에서도 한국음식점이 몇군데 있긴 하지만 한인타운이 크게 형성된 LA의 한국음식점 명성에 비하면 거의 티끌 수준이기 때문이다.

가기 전부터 수많은 한국음식점을 서치하고 밤마다 침을 흘리며 메뉴를 선정하는데 애를 먹었다. 사실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았지만 고작 3박4일 일정에 위치적인 문제, 하루에 최대3끼밖에 먹지 못한다는 신체적 제약으로 인해 내 생각만큼 그렇게 많이 먹지는 못했다. 그리고 서부에 갔다는 예의상 소중한 한끼를 인앤아웃버거에 또 한끼는 레몬에이드라는 엘에이 체인식당에게 내주었다.

 

 

1. LA 마포깍두기

첫날 오전에 엘에이에 도착해서 코리아 타운에 위치한 숙소와 가까운 식당 중 무난하게 평이 좋은 백반집이었던 <마포깍두기>라는 식당으로 아점을 먹으러 갔다.  

 

엘에이에서의 첫끼인만큼 신중히 메뉴를 고르다 결정장애를 가진 사람의 가장 큰 문제인 "에라모르겠다"를 시전. 주문하고 나서 몇 번을 "아..저거 먹을걸"이라고 중얼거렸다.

빈속에 비행기 멀비까지 하신 남편은 자극없는 국물요리를 먹고 싶다며 수제비를 시켰고, 나는 언제 먹어도 맛있는 김치찌개...를 먹을까 하다가! <비지찌개 개시!>란 글을 보고 비지찌개가 맛있냐고 아주머니께 물으니 아주머니 왈 여기서 콩을 직접 갈아 만들어서 참 맛있어요~” 하는 말에 바로 넘어가 비지찌개를 시켰다.

 

잠시 후, 그리웠던 남이 해준 반찬들이 나오고... 배추김치가 없다는 게 조금 아쉬웠지만 깍두기로 위안을 삼기로 했다.

드디어 비지찌개와 수제비님이 납시었다.

 

수제비는 양이 푸짐하고 간장양념이 따로 나왔는데 양념을 넣기 전에는 매우 심심한 맛이다. 솔직히 막 되게 맛있진 않았지만... 깔끔하게 먹을만 했다. (기대를 너무 한 탓도 있으려니 한다.) 그리고 나의 비지찌개~ 는 내입에 잘 맞았다. 많이 짜지도 싱겁지도 않고 담백한 맛. 다만 난 김치가 많이 들어 있는 스타일을 좋아하지만 돼지고기가 더 많았다는 아쉬움 정도? 여튼 꽤 만족스러운 비지찌개였다.

가격은 둘 다 10~12불 정도...? 정확히 기억안나지만...그래서 팁까지 25~6불 낸 것 같다. 그렇게 LA에서의 첫끼를 마치고 저녁은 지인과 함께 먹기로 한 상태라 메뉴선정에 고민이 많았는데, 시카고에서도 먹기 힘들어서 꽤 오랫동안 못먹은 곱창을 먹으러 가기로 결정했다.

 

2. LA 별양곱창

엘에이에 가장 유명한 곱창집이 두 군데가 있었다. 강호동 브랜드라는 <아가씨곱창>과 아가씨곱창보다 2006년에 오픈해 11년이 됐다는 <별양곱창>. 한참을 고민하다 아가씨 곱창은 좀 더 외국인 취향에 맞게 소스가 다양하고 달다는 평이 있어 별양곱창으로 결정했다.

 

숙소에서 좀 쉬다가 코리아타운으로 쉬엄쉬엄 걸어 나갔다.

~ 여긴 그냥 한국이구만! 저녁먹고 근처 술집에서 2차 가야지! 한국에 있을때처럼~” 이라고 남편한테 신나서 떠들어대며 곱창집에 들어섰다.

 

난 저~쪽 끝 자리에 앉고 싶은데 아주머니가 아직 요~쪽 끝에 앉아야 한다고 했다. ~쪽 끝자리는 아직 담당서버가 없다고... 미국의 대부분의 식당은 테이블이나 구역마다 담당하는 서빙이 따로 정해져 있고 보통 장사가 잘되는 식당은 서버들이 따로 월급이나 시급을 받지 않고 팁만 가져간다. (잘되는 식당은 웬만한 시급보다 팁이 많이 나온다) 그러니까 팁을 너무 조금주면 서버가 엄청 싫어한다. 시급을 받지 않고 팁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기본적인 서비스를 받았다면 평균 음식 값에 런치 15%/디너17~20% 정도는 팁으로 줘야 욕을 먹지 않는다.

 

아무튼 그런 생리를 모르는 것도 아니니 시키는 데로 가서 얌전히 앉음. 그리고 별양곱창 서빙 아주머니들은 왠지 오랜 경력이 느껴지는 센 언니들이었다.

 

삼겹살+항정살+대창+소주 한병 세트(79)에 이건 2인분이라고 해서 대창 (39) 하나 추가.

 

 

솔직히 삼겹살 항정살 대창 맛은 다 괜찮았다.

고기를 좋아하는 남편은 항정살이 특히 맛있다고 했다. 난 고기맛을 잘 모르지만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가격대비 양이 너무 작다고 생각했다. 대창도 한국에서 먹던 것보다는 작은 사이즈...막 하얀 곱이 막 밖으로 튀어나온 그런 두툼한 대창을 원했는데... 나중에 엘에이 사는 지인한테 들은 얘기로는 미국 법상 냉동으로 가져올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사이즈가 작다나 어쨌다나...

 

특이한 점은 아주머니의 손기술로 소주에다 홍초를 세워 섞는데 신기하게도 안 흘러 넘친다.

홍초소주 괜찮았음. 맛있으니 술술 들어가~

 

 

마지막으로 추천해준 양밥(볶음밥)과 고추장찌개를 먹었는데 솔직히 개인 취향으로는 둘다 그냥 그랬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다시 엘에이에 간다면 또가진 않을 것 같다. 맛은 있었지만 맛 대비 가격이 너무 비쌌기 때문. 엘에이고 팁이 나가야 되고 모든 걸 고려하고서라도 비쌌다. 지인이 사줬지만 지인의 돈도 아까웠다. 2인세트에 대창 한 개 추가 +소주1병 추가+볶음밥이랑 고추장찌개 해서 170불이 나왔고 팁을 40불을 줬으니(사실 팁도 좀 넉넉히 준 편임) 3명이서 곱창을 210불에 먹은 것이다.

무슨...내 엘에이 오는 왕복 비행기값이 140불이었는데.......................................

 

괜히 이렇게 비싼 집을 고른 게 지인에게 미안해졌다. 그 사람도 한국에서 여행온 거였는데..

다음에 한국가게 되면 선물이라도 사다줘야 될 듯.

 

이튿날은 점심엔 <Lemonade>라는 엘에이 식당에서 요즘 엘에이에서 핫하다는 POKE를 먹고 저녁에는 친구 집에서 BBQ치킨 사다가 치맥함. 이튿날은 그렇게 패스~

셋째 날 아침엔 인앤아웃 버거로 해결했다. 레모네이드와 인앤아웃은 따로 소개하기로 하고..

 

3. LA 조폭떡볶이 + ?? 중국집

셋째날 저녁으로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 고민하던 차에 우리는 이것저것 포장해다 집에서 펼쳐놓고 먹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집에서 먹는게 돈도 덜 들고 좋아하지만 그것도 집근처에 식당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친구네 집은 엘에이에서 한인타운으로 꽤 번화한 곳에 있어서 주위에 에이치마트, 시온마트,

일단 우리가 너무 먹고 싶었던 한국식 맛있는 짜장면! 그리고 떡볶이와 순대를 샀다. 무려 조폭떡볶이에서...엘에이에는 홍대 조폭떡볶이도 파는구나...짱부럽.

 

 

급하게 대강대강 부랴부랴 식탁에 펼쳐놓고 정신을 잃기전 사진 한 장 남기고...정신없이 먹은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솔직히...~~~~~~~~~맛있었다. 특히 짜장면이 너무 맛있었다한국에서 먹은것보다도더...그런데 우리가 조폭떡볶이를 사는동안 친구네가 짜장면을 포장해와서 가게 이름을 모르겠다. 아무튼 떡볶이랑 순대도 맛있었는데 짜장면에 집중하느라 너무 배불러서 많이 못 먹었는데 이제와 새삼 아쉽다. 더 먹을걸...그렇게 부푼 배를 부여잡고 마지막 밤을 지샜다.

 

 

4.LA 한양 설렁탕

그리고 마지막날 아침! 친구네가 이 근처에서 진짜 유명한 맛집이라고 데려간 설렁탕집. <한양설렁탕> ...이건 뭐...한국에서도 40년 전통의 설렁탕집에서나 느낄 수 있는 느낌이랄까?

 

 

우리가 도착한 건 1115분 쯤으로 아직 점심피크타임이 아닌데도 만석이었다. 그래도 운좋게 거의 바로 자리에 앉아 주문! 설렁탕집이지만 갈비탕이 더 유명하다는 친구말에 갈비탕 하나와 설렁탕 하나를 시켜서 남편이랑 나눠먹기로 했다. 그리고 친구네는 갈비탕과 돈까스를 시켰다.

 

. 일단 비주얼 합격이다.

 

맛은?? ~!!!

 

갈비탕은 사실 싱겁게 먹는 사람들에게는 좀 간간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난 좀 짜게 먹는 편이라 그런지 맛있었다. 고기도 실하고 타지에서 먹는 갈비탕이라고 생각하면 참으로 훌륭한 느낌. 설렁탕은 간이 안되서 나오기 때문에 소금간을 알아서 맞추면 되는데 설렁탕도 괜찮았다. 그런데 안에 소면이 아니라 당면이 있어서 좀 실망했는데 주문할 때 말하면 바꿀 수도 있었던 것 같다. 암튼 난 설렁탕보단 갈비탕에 한표.

 

그리고 의외의 복병이었던 돈까스.

 

어머~ 아주머니! 돈까스 좀 튀길 줄 아시네요?

양도 푸짐하고 고기도 두툼 바싹 해서 마치 남산돈까스를 오랜만에 먹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밖에 줄이 쫙~

 

갈비탕을 마지막으로 조금 더 엘에이에서 많은 음식을 먹고 싶었던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난 시카고로 돌아왔다. 당분간 또 내가 다 해먹어야지...

~ 벌써 그리운 남이 해준 밥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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