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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고, 술집도 없고, 할 것도 없는 지루한 미국 생활 중, 

이렇게 무료하게 집에만 있을 순 없어! 하고 찾기 시작한 취미생활...

원래는 미술을 배우고 싶었지만 한국처럼 미술학원을 찾기도 힘들 뿐더러 비싼 돈을 줘가면서 학교에 등록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그루폰에서 발견한 BYOB Painting class! 


BYOB란 무엇인가? 바로 Bring your own booze. 술은 자기가 가져온다. 

그러니까 BYOB 페인팅은

다시말해, 내가 마시고 싶은 술과 간단한 안주(치즈나 크래커 정도)를 가지고 가서 술도 마시면서 그림을 그리는 페인팅 교실인 것이다. 이런! 훌륭한...컨셉같으니. 


그루폰에서 구입하니 가격도 엄청 저렴. 한명당 15불 정도 둘이 30불(약3만2천원)에 티켓을 끊었다.

난 와인, 남편은 병맥주를 챙겨들고 약간 들뜬 기분으로 그러나 '영어를 못알아들어서 그림을 못그리면 어떡하지?' 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클래스를 찾았다. 


낮에는 아이들을 위한 미술수업을 하는 곳처럼 보이는 넓지 않은 공간에 BYOB Painting 수업을 위해 길다란 테이블 위로 캔버스와 예약한 사람의 이름이 붙여져 있었다.


우리 이름이 적힌 자리를 찾아 앉고 외국인들 사이에서 어색한 기분을 쫓기 위해 와인한잔~

어쩐지 간지나는 앞치마도 착용완료. 



드디어 수업이 시작되고, 두근두근.

그림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은 천천히 모든 사람들이 따라할 수 있도록 설명해준다. 

완벽하게 알아듣지 못해도 그냥 보고 따라하면 된다. 

점점 그림 그리기에 몰입하면서 어색함은 사라지고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앞에 앉은 두 여자는 지난 주말에 만난 남자 얘기에 수다가 끊길 줄을 모르고,

뒤에 앉은 남자는 어찌보면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같은 자신의 그림을 ebay에 팔거라고 말했다. 풋!


남편과 나는 창의력이라고는 없이 선생님의 그림을 최대한 똑같이 재현하려 애썼다.


그렇게 훌쩍 2시간 반이 지나고, 내가 완성한 그림은 집에 가져갈 수 있다.

물감과 붓, 모든 재료를 다 제공해주고 심지어 캔버스에 그린 그림까지 집에 가져갈 수 있는데 15불밖에 안하다니..이렇게 괜찮을수가 없다. 



집에 와서 남편과 내 그림을 비교하며 내가 낫네 니가 별로네 하며 둘만의 2차를 시작했다. 


참고로 해당 클라스를 진행하는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날짜별로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되는지 미리 알 수 있게 나와있다. 그러니까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골라서 그 날짜에 맞춰 가면 맘에도 안드는 이상한 그림을 안가져와도 된다. 

원하는 날짜를 정했다면 3~4일 전 미리 예약해야 한다. 은근히 사람이 많아서 전날 예약 전화를 했더니 다 차서 안된다고 하더라는...

아무튼 시카고 뿐만아니라 미국 곳곳에 이런 곳이 있으니 미국에서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 재미삼아 한번 가보면 나름 특별한 추억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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