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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우연히 알게 된 인도 친구 쉘리니 

 

 

그녀는 외국인이라면 일단 울렁거리고 식은땀이 줄줄 나는 나에게 처음으로 다가와준 외국인친구였다.  

내가 무슨 말을 하나 인내심 있게 옆에서 들어주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주는 그녀.

도서관 무료 영어 수업에서 얼굴만 아는 정도의 사이였던 그녀랑 어떻게 친해지게 되었을까?

 

문득 그 처음을 기억해보니...우연히 쇼핑몰에서 친구의 선물을 고르고 있던 그녀랑 우연히 만나 눈이 마주쳐 "...쟤 얼굴은 아는데..."하는 눈빛으로 잠시 고민하다 우리는 서로 "하이~" 하고 인사를 했었다.

그리고 혼자 선물을 고르며 고민 중이었던 그녀는 "나한테 둘 중에 뭐가 나?" 하고 물었고 그 이후 도서관에서 만나면 서로 안부를 묻는 친구가 되었던 것 같다.

 

인도란 나한테는 너무 생소한 나라고, 뭔가 엄청 다른 인종같이 느껴졌는데 이 친구를 만나고 나서 어느새 인도가 낯설지 않은 나라가 되었다

같이 인도 음식을 먹고 디왈리라는 인도 전통 축제날 가족들끼리 모여 함께 폭죽놀이를 하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참 경험하기 힘든 일들이었다.

 

소심한 성격인 나한테 먼저 다가와 끊임없이 손을 내밀어준 친구.

 

그녀는 내가 영어를 못해도 괜찮다고 언제든 집에 놀러오라고 말한다.

채식주의자인 자신의 음식이 내 입맛에 안 맞을까봐 엄청나게 다양한 인도음식을 만들어놓고 내 걱정을 한다.

 

그리고는 마치 친정엄마마냥 내가 유독 많이 먹은 음식을 집에 가져가라며 싸준다.

됐다고~됐다고~ 사양해도 안 된다며 두 손 가득히 뭔가를 싸준다.

 

그녀는 신기하게도 여기에서 만난 어느 한국 친구보다 더 한국 사람같이 행동한다. 물론 모든 인도사람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쉘리니는 어쩐지 우리 엄마를 닮았다.

 

인도는 너무 넓고 지역마다 다른 문화, 다른 언어를 쓰기 때문에 같은 인도사람이라도 서로의 말을 못 알아듣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어제 그녀의 집에 놀러갔는데 우연히 다른 인도친구가 집에 깜짝 방문을 했다. 음식을 한 박스를 해가지고...알고 보니 내일이 그녀의 생일이었다.

그녀와 그 친구는 같은 인도에서 왔지만 서로 전혀 다른 지역이었고 언어도 믿는 신도 문화도 다 달라서 서로를 알기위해 배워야 했다고 한다.

물론 그들은 인도의 어느 지방인지 모르는 곳의 언어와, 영어를 섞어서 대화했다.

(그래서 인도사람들이 영어를 학교에서 필수로 배우고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라고도 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같은 나라 안에서도 서로 문화와 종교를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을 받아들이며 살아왔기 때문에 그렇게 포용력이 넘쳤던 것일까? 하고.

물론 인도사람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녀는 그랬다.

 

여기서 나처럼 다른 나라에서 와서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어 보면 거의 모든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외로움이었다. 아무리 이곳에 가족이 있는 사람이라도 내가 이곳에서 나고 자라지 않은 이상 내 추억과 바탕이 없는 이곳은 낯선 땅일 뿐이다.

그래도 이 척박한 땅에도 희망은 있다. 이곳에서도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사실 오히려 더 애틋하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서 특히나 사람 만날 일 별로 없는 이곳에서 좋은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물론 한국에 있는 내 친구들이 더 그립긴 하지만 그녀처럼 이곳에서도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것이 참 고맙고 신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어디에 있든지 모두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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