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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에서 /맛이있는

손님맞이 음식준비

궁금한하루 2017. 11. 21. 10:34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밖에서 모임을 갖기 보다는 집에서 모이는 경우가 많다.

일단 밖에서 만나면 걸어서 이동해서 다니기도 쉽지 않고(다운타운 제외), 우리나라처럼 밥 먹고 조금 움직여서 맥주한잔 하고, 커피숍에 갔다가 택시나 대리를 불러서 집에 가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그리고 가족끼리 친구끼리 집에서 모여서 저녁을 함께 먹거나 홈파티를 하는 것이 밖에서 만나는 것보다 익숙하다. 나 역시 아주 가끔 지인들과 밖에서 외식을 한 적은 있지만, 오히려 지인의 집으로 초대받아 간 경우가 더 많았다.

나는 아직 인간관계가 아주 넓지 않기에 가끔 만나는 두세 그룹 중 가장 큰 그룹이 겨우 6명 정도인데, 물론 싱글하우스나 타운하우스에 사는 지인들의 집은 고작 6명 초대는 우스울 정도로 충분히 넓지만, 아파트에(우리나라의 27평대 아파트와 구조나 크기가 비슷함) 사는 나는 여태껏 2명 이상의 손님을 초대한 적이 없었다.

한국에서도 아담한 집에 살았지만 손님이 많이 오면 바닥에 큰 테이블을 깔아놓고 둘러 앉으면 됐었으니까. 그런데 미국은 식탁 문화, 우리 집 식탁은 4인용. ㅜㅜ   

그러니 '고작 6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한텐 큰 도전이었다.

 

그렇지만 언제나 초대받아 대접받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솔직히 초반에는 남의 집에 초대를 받아 가는 것도 부담스럽게만 생각했다.

좋은 음식으로 융숭한 대접을 받고 나면 난 보답할 길이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차라리 핑계를 대고 자릴 피하기도 했다. 물론 그 분들은 대가를 바라고 나에게 친절을 베푼 것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언젠가 주위에 참 이유 없이 좋아해 주고 베푸는 사람들이 많았던 친오빠한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난 누가 나한테 너무 잘해주고 좋은데 데려가주고 그러면 좀 부담스러워. 그러면 나도 그렇게 그 사람한테 해줘야 되잖아. 근데 오빠는 돈도 없고(그 당시 백수) 그런데 누가 그렇게 잘해주면 안 부담스러워? ” 라고. 그랬더니 우리 오빠는 이렇게 말했다. “난 꼭 같은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나는 돈이 없지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라고...실제로 우리 오빠는 지인들에게 손 편지를 쓰기도 했다. (참 우린 남매가 성별이 바뀐 거 같아)

 

어쨌든 매번 우리 집은 좁아서...뭘 해야 될지 몰라서...라며 미뤄댔던 핑계를 접고, 큰 마음을 먹고 두 가족을 초대했다. 대략 6~7인분의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에 살 때도 집에 그 정도의 손님을 초대한 적이 있지만 그땐 치킨도 시키고, 족발도 시키고, 시장에서 반찬도 사왔었다.

그러고보면 어머니들은 참 대단해. 어떻게 명절 음식 준비를 하고 집들이를 하고 그 많은 음식을 한꺼번에 준비하고 그러시는지 문득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든다...anyway

 

D-day는 토요일!

 

D-5 메뉴 결정

월요일부터 시작된 메뉴 고민.

일단 한식, 샐러드, 메인요리, , , 단짠단짠 반찬 몇가지, 디저트로 구성.

을 고려하여 내가 정한 메뉴는

샐러드류- 콩나물 겨자소스 냉채, 쑥갓 겉절이

요리-LA갈비, 골뱅이무침

-된장찌개

-곤드레밥+양념장

반찬-동태전, 두부조림, 시금치무침, 단호박찜, 깻잎절임, 오뎅꽈리고추볶음, 쌈무

후식-망고푸딩.

 

 

D-3 장보기

대강 메뉴를 정하고 수요일에 한국마트와 샘스에 가서 장을 봤다.

그리고 바로 수요일 저녁 무를 썰어 쌈무를 절이고, LA갈비를 재웠다.

 

 

 

재미있는 건 샘스클럽에는 LA갈비가 팔고, 코스트코에는 삼겹살을 판다.

(둘 다 멤버쉽카드가 필요하기 때문에 난 코스트코 멤버쉽을 가입했고, 샘스는 이렇게 엘에이갈비를 사야 될 일이 있을 때 회원인 친구의 카드를 빌려서 가곤 한다)

요즘 샘스클럽 LA 갈비가 한국마트처럼 아래칸 고기는 기름덩어리거나 뼈가 너무 커서 살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걱정했는데 운 좋게 아주 좋은 고기를 샀다. 스테이크마냥 두툼~ 

 

 

 

D-2 마음의 안정 갖기

 

D-1 미리 해놔도 되는 음식과 각종 양념장 미리 만들어 놓기

그리고 손님 맞이 전날, 금요일.

디저트로 내 놓을 망고푸딩을 만들고,

(망고 푸딩은 냉동실에 얼려 두었던 망고에 우유, 설탕을 부어 중불로 끓이다가 찬물에 불려놓은 젤라틴 가루 넣고 열심히 저어줌~ 그리고 믹서기에 슝~ 갈아서 체에 곱게 받혀서 유리잔에 넣은뒤 냉장고에 굳혀줌) 

 

오뎅꽈리고추볶음도 만들고,

각종 양념장들을 만들어놓고(고춧가루가 들어가는 빨간 양념장들의 경우 미리 만들어 놓으면 편하기도 하지만 숙성되어 맛도 좋아지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기 전 곤드레를 물에 담궈 놨다.

드디어 내일이구나...

 

D-0

드디어 토요일

일어나자마자 곤드레를 삶고,

골뱅이용, 쑥갓용, 콩나물냉채용 야채들을 바로 무칠 수 있게 준비해서 놓고,

 

호박찜을 만들고,

 

 

시금치를 무치고, 된장찌개를 끓이고, 동태전을 부쳐 놓았다.

 

그리고 약속 시간 두시간 전 곤드레 밥을 지을 쌀을 불려놓고 ,

손님들이 오시기 전 30분 전,

잘 불려진 곤드레의 물기를 짠 뒤, 들기름과 소금을 살짝 넣고 쌀 위에 얹어 놓았다.

손님이 오시면 취사버튼만 누르면 밥은 끝.

 

마지막으로 음식을 담기 전, 손님들이 도착하기 전 미리 그릇 세팅해 보았다.  

(정말 집에 있는 그릇 총 동원함...수저도 딱 6세트 있었음)

 

도착 10분 전, 바로 구워야 되는 엘에이갈비와 요리를 좀 먹은 뒤 내 놓을 된장찌개와 곤드레밥을 제외한 나머지 음식 준비 완료.

 

그 뒤, 손님들이 도착하고 이 첫번째 갈비접시까지가 내가 찍을 수 있는 사진이었다.

 

 

(손님들한테 사진 찍게 먹지 말라고 하는 건 좀 그렇잖아 ㅋㅋ)

아무튼 그 뒤로 엘에이 갈비를 세접시 더 구웠고, 된장찌개와 곤드레밥을 먹고 디저트로 망고푸딩까지 아주 나름 완벽한 식사를 마쳤다.

다행히 모두 너무 맛있어서 배가 터질 때까지 드셨다고..

생각해보니 요리부터 작은 반찬 하나하나 까지도 온전히 내가 다 만든 음식으로 저렇게 한 상을 차렸다고 생각하니 살짝 뿌듯하기도 했다.

 

무사히 손님접대를 끝내고...

언젠가 프로 주부가 되어 열명, 스무명 손님도 거뜬히 맞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지만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연간행사정도로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만 기절했다.

내가 해 보니 앞으로는 많은 음식을 우리가 갈 때마다 준비해주시는 어머님께 더욱 더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집밥 그리워 #남이 해준 음식은 다 맛있어 #밥은 밖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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